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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경남 고성 향로봉·수태산·무이산 [기사: 2014. 4. 17]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4. 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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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경남 고성 향로봉·수태산·무이산


산 능선 하얀 운해 걷히니 진달래꽃·바다가 반겨주네

 

 

 

 

 

 

 

 

 

 

 

 

 

 

 

  경남 사천시의 최고 명산은 삼천포 와룡산(801.4m)이다. 사천시와 이웃하고 있는 고성에도 와룡산(臥龍山)이란 산이 하나 있다. 해발 578.5m로 삼천포 와룡산과 산줄기가 맥이 닿아 있지만 조금 더 동쪽에 있다. 유명한 산과 이름이 같거나 부근에 있는 산봉우리들은 대개 다 이름을 떨치지 못한다. 고성의 와룡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향로봉’, 1992년 주민들의 소청에 의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향로봉으로 산 이름을 개칭하였다.

  이 향로봉과 이웃해 있는 산이 두 개 있다. 수태산(秀泰山`571m)과 무이산(武夷山`548.5m) 이다. 두 산 모두 향로봉과 비슷한 높이의 500m급 산으로 남쪽과 북쪽이 서로 다른 산세를 지니고 있다. 남사면이 바위 벼랑을 이루는 데 반해 소나무 숲으로 덮인 북사면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한쪽이 바다의 조망이 수려한 데 비해 다른 한쪽은 전형적인 산촌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대비가 된다.

  해발 400여m 아래까지 차량이 진입하는 무이산 아래에는 고찰 문수사가 있다. 신라 화랑의 수도처로, 신라 선덕여왕 때 의상조사가 걸인 모습을 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에게 이끌려 무이산을 오르다가 해동절경지에 감탄해 암자를 지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한때  마음이 선한 사람들이 이 암자에 오르면 문수보살이 보인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는 바람에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찰이기도 하다.

  자가용이나 작은 차량은 절 입구까지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대형버스는 문수사를 500여m 앞둔 잘록이 부분 주차장까지만 진입할 수 있다. 보현사와 문수사가 갈라지는 임도에서 우측으로 따르면 문수사, 편백나무 숲으로 올라서면 무이산 정상으로 바로 치고 오를 수 있다.

  편백나무 숲에서 무이산 정상까지는 약 550m, 15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커다란 암석이 세 개 정도 흩어져 있는 정상은 산불초소와 통신탑 등 시설물들 때문에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진다. 조망은 그런대로 즐길 만하다. 정상에서 문수암까지는 약 200여m 정도 내려서야 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문수사 전망 데크에서 해동제일이라는 거대한 약사여래불과 남해의 자란만과 사량도 등 주변의 섬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임도를 통해 처음 등산을 시작한 곳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이정표 우측으로 수태산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보현사 약사암 갈림길과 척번정 갈림길을 지나면 통신탑, 수태산 정상은 금방이다. 수태산 정상은 조망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 수태산 정상을 조금 지나면 암반으로 형성된 바위전망대가 있다. 소나무 한 그루가 돋보이는데 남해 바다에서 올라오는 하얀 운해가 주능선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게 보인다. 거치고 올라야 할 향로봉과 삼천포 와룡산의 멋진 능선들이 가물가물하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다시 나타나는 바위전망대에서 만개한 진달래를 포인트로 넘실거리는 구름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내려서니 수태재다. 흙으로 된 임도를 따라 100m 따르면 이정표가 나타나고, 우측의 향로봉 오름길을 통해 산길로 다시 진입한다. 임도를 계속 이어가도 학동치에 연결된다고 한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서 한참을 내려서야만 학동치다. 차량이 올라올 수 있는 고개로 여기서부터는 능선 좌측의 임도를 따르면서 바다 조망을 즐긴다. 약 10분쯤이면 우측 산 능선으로 올라붙는 등산로가 다시 보인다. 이정표를 만나 좌측으로 꺾은 다음 한참을 더 올라야 왼쪽이 탁 트인 전망 좋은 넓은 바위지대를 만난다.

  우회로가 있지만, 바위에 매달린 밧줄을 타고 능선을 계속 이어 탄다. 백암산과 향로봉의 갈림길이자 전망대인 평평바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섰다가 조금은 가파른 능선을 치고 한참을 오른다. 이윽고 능선의 쉼터 갈림길 이정표(향로봉 0.1km/수태산정상 4.1km/상리동산 2.1km) 좌측으로 정자가 보인다. 바로 앞의 널따란 헬기장이 바로 향로봉 정상으로 정상 표석이 세워져 있다.

  맑은 날이면 더없이 조망이 좋은 곳이다. 남쪽으론 삼천포화력발전소와 좌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사량도가 조망되고, 북동쪽으로는 세섬바위와 기차바위 등 삼천포 와룡산의 기암들이 시선을 끈다. 그러나 이날은 운해가 끝없이 몰려와 조망은 아예 포기하고 두 개의 이정표 중 ‘운흥사 1.8km’라 적혀 있는 왼쪽으로 내려선다. 그래야만 향로봉 산행의 백미인 기암들을 만날 수 있다.

  다시 나타나는 바위 지점에서 조망을 훔치지만, 운해가 밀려온다. 철다리 애향교를 넘어서니 상두바위와 새바위다. 비로봉까지는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르다가 갈림길에서 우측 등산로를 선택한다. 멋진 기암 지대를 통과하니 신선대 바위전망대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천진암과 낙서암이 내려다보이고 거친 너덜 길과 암릉이 병행된 등산로를 내려서니 낙서암이다.

  낙서암에서는 좌측의 내리막길을 따른다. 한참을 내려서니 물소리가 들리면서 천진암이 보인다. 너른 임도를 10분 정도 내려서면 고찰 운흥사다.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한때는 부속암자만 아홉 개나 거느린 거대한 사찰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6천여 명의 승병이 머물던 곳으로 사명대사의 지휘하에 왜적들과 싸웠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영조 때는 불화의 대가인 승려 김의겸 등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산행의 시작점과 끝 지점에 이름난 사찰이 자리해 산사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문수사 주차장에서 등산을 시작해 문수사와 무이산을 거친 후 수태산과 향로봉을 거쳐 운흥사로 내려서는데 산행거리는 약 7.75km, 시간은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해발 500m지만 바닷가에 있어 1천여m에 육박하는 것처럼 보이는 산이다. 그래서 코스의 선택은 필수. 어느 지점을 시작점으로 하느냐에 따라 등산 시간과 체력의 소모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조금 수월한 등산을 위해서는 문수암에서, 뻐근한 산행을 추구한다면 운흥사를 들머리로 잡는다. 산행 후 운흥사에서 삼천포 회시장이나 용궁 수산시장까지는 차량으로 15분 이내라 들를 만하다. 회를 먹거나 값싼 해산물을 사기에는 새로 정비한 삼천포 용궁시장을 권한다. 대형버스는 삼천포 회시장에 주차하고 쇼핑에 나서야 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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