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봉화산·매봉산·장막산·큰산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사량도
우산봉수지, 경남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고성만 너머로 고성시가지와 거류산(우측 좌) 벽방산(오른쪽)이 조망되고 있다
그림같은 고성만에 사량도로 가는 여객선과 고성시가지가 보인다
장막산으로 가는 도중 좌측으로 조망되는 통영 제석봉과 남해바다
범골마을과 사량도
통영 봉화산 큰산
전망바위에서 형제도와 주변의 산을 조망한다
봉화산에서 바라본 멀리 고성 수태산과 무이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옥같은 명산이 통영 도산면에 있다. 바로 봉화산(325.5m)과 매봉산(311m), 장막산(255m), 큰산(251.5m)이다. 수려한 산세와 좌우에서 보이는 바다풍경 매력이 다른 산을 압도한다. 빼어난 자연경관에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있어 추억을 담으며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고성만 바다와 접한 지역으로 북쪽에는 시루봉(373m), 중앙에는 도덕산(320m), 남쪽에는 봉화산`매봉산`장막산 등 산지에 둘러싸였다. 북쪽으로 원산천이 고성만으로 흘러 바다로, 도덕산에서 발원한 동해천이 동쪽으로 흘러 광도면을 지나 바다로 유입된다.
산행의 시작점은 사량도 정기여객선이 운항되는 가우치 선착장을 조금 지난 저산리 유촌마을 도산예술촌 근처이다. 도로 옆 좌측에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계단식 등산로를 통해 능선을 더듬어 오르면 좌우 측으로 바다가 열리며 무명의 암릉들이 멋진 조망대를 만든다. 발아래로 가우치 선착장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관광버스와 자가용 차량이 성냥갑처럼 작게 보여 조망이 뛰어나다. 한 점 막힘 없는 고성만 앞바다로 시선을 돌리면 비사도와 읍도, 연도가 그림처럼 수놓아지고 그 뒤쪽으로 고성 시가지가 바라다보인다. 시가지 우측 앞쪽에는 고성의 ‘마터호른’이라 불리는 거류산과 통영의 벽방산이 우뚝하면서도 뾰족하게 도드라져 돋보인다.
등산을 시작해 20분 정도면 우측에 2단으로 된 전망대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남해 앞바다의 시원한 조망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발아래로 동촌과 서촌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앙증한 작은 무명 섬 앞쪽으로 망망대해의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그 조망의 한가운데 상도와 하도로 나누어진 절경 사량도가 꿈틀거린다. 가장 돋보이는 기암 능선은 옥녀봉 암릉이고, 1m 차이로 최고봉의 자웅을 겨루는 달바위봉과 지리망산이 또렷하게 대비된다.
전망대를 지나면서 한 차례 안부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오름길이다. 전망대에서 넉넉잡아 30분이면 최고봉인 봉화산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에 귀여운 봉화산 정상석이 우측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조망을 기대하기보다는 우산봉수대를 다녀오는 갈림길로 삼는다. 남쪽의 바다 쪽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8분 정도 걸어가면 경남기념물 제279호 우산봉수대(牛山烽燧臺)에 도착한다. 우산봉수대는 문헌상으로 보면 세종 7년(1425년) 전후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려 말부터 왜구들의 침탈이 잦은 것으로 볼 때 고려 및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남해안의 왜구 방어 및 경보를 목적으로 축조된 역사성이 깊은 국방유적이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을 피워 왜적의 침략을 알렸다고 전한다.
봉화산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길목에 우측으로 돋보이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보인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지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바위 전망대다. 바위 꼭대기에는 장정 서너 명이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하고, 그 아래 바위에 내려서서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사면팔방으로 산과 바다, 능선과 봉우리들이 조화를 이루어 살아있는 자연 병풍을 펼친다. 푸른 잉크처럼 빛나는 수월리 앞바다에 마장도와 소사도, 사도와 장구도 너머로 보이는 통영의 미륵산이 뾰족하다.
봉화산서 3분이면 나무로 데크를 만든 전망대, 40분 정도면 매봉산이다. 작은 송신탑과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내려다보이는 바다 조망 좌측으로 장막산과 큰산을 잇는 능선도 뚜렷하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수월고개, 15분 정도면 2차로 도로로 대형버스 차량통행이 가능한 범골고개다. 도로 좌측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배수지가 나타난다. 다시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서면 드넓은 삼거리에 도착한다. 도로 건너편 우측능선으로 장막산과 큰산을 잇는 등산로가 보인다.
장막산과 큰산은 봉화산과 매봉산에 비해 해발이 100여m나 낮다. 그러나 등산로는 조금 더 거칠다. 앞서 두 산이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산세와 등산로였다면 앞으로 넘어야 할 두 산은 조금은 투박한 산세라고나 할까. 지도 상으로 보면 범골고개까지 이어진 등산로가 더 길게 보이지만, 시간은 오히려 장막산과 큰산을 연결하는 등산로가 봉화산과 매봉산보다 30~40분 정도 더 걸린다.
장막산 정상은 표식이 없다. 그러나 큰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곳곳에는 암릉이 있어 바다와 산을 감상할 수 있다. 바위능선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발암산과 신선대가 멋지고, 발아래 바다에는 두 개의 섬 형제도가 볼거리다. 두 개의 산봉우리를 연이어 올라야 큰산 정상이다. 오름길은 조금 힘들지만 정상 옆 바위전망대에서 펼쳐지는 조망은 정말 막힘이 없다. 진주 핵시술장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매우 가파르다. 워낙 가팔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3분의 1지점에 우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지만 능선을 이어 타야 암릉으로 내려선다. 큰산에서 진주 핵시술장까지는 약 25분 정도 걸린다.
도산예술촌에서 등산을 시작, 4개의 산을 이어 타고 진주 핵시술장까지 약 10.3㎞의 거리다. 등산 시간은 약 3시간40분에서 4시간 정도다. 자신이 없으면 범골고개에서 끊는 게 좋다. 거리상으로 중간지점으로 넉넉잡아 2시간이다. 산은 이름과 높이로 평가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주옥같은 산과 바다 등산로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어느 계절, 어떤 날씨, 누구와 가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산행 당일의 가시거리가 얼마나 좋으냐다. 시계가 맑은 날이면 언제든 신선이 될 수 있는 멋진 산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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